
거베라- 비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
미스터 쿠로오의 미스테리
by. 닛(@nit_ninieun)
“아니, 진짜 모르겠다니까.”
또 시작이군. 켄마는 펼쳐놓은 애플파이를 아무 말도 없이 한 조각 자르려 칼을 들었다. 그러자 그 칼을 쿠로오가 가져갔다. 그러고는 능숙하게 칼을 눌러 애플파이를 잘랐다. 켄마 앞의 접시를 들어, 자른 애플파이 한 조각을 올려주면서 쿠로오는 퍽이나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켄마는 흘려들었다.
“왜 사귀면 오래가지 못할까?”
어휴, 결국 켄마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역시나. 차라리 전공 관련 이야기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켄마는 포크를 들었다. 그릇과 힘주어 내려진 포크가 만나 띵, 소리를 낸다. “잘 안 잘려?” 자기 이야기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쿠로오는 또 켄마를 신경 쓴다. 켄마는 어깨를 으쓱이며 잘린 한 조각의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 냠, 입에 넣었다.
“맛있어?”
“응.”
“다행이네.”
그렇게 말하면서 쿠로오는 웃었다. 그러다가 아까, 어디까지 말했지. 다시 그 이야기로 돌아갈 모양이었다. 어휴, 켄마는 속으로 또 한숨을 쉬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고등학교까지야 뭐, 배구부로 바빠서 연애 잘 못했다고 쳐.”
“응.”
“그래도 대학생이 되었고, 조금은 다른 곳에 눈을 들여도 되겠다 싶었단 말이야?”
대부분은 그 ‘눈을 들이는 것’을 고등학교 때 하는데 말이야. 켄마는 굳이 그 말을 하지 않고 애플파이를 입에서 녹이고 있었다. 이에 맞물려서 포드득, 무너지는 밀가루와 그 사이의 사과는 단 맛을 가지고 있어서 사르르, 입에 단 향을 풍기기 시작한다. 바슥, 밀가루가 결국 입 안에서 바스라진다. 씹는 맛까지 같이 느껴지는 완벽한 파이는 첫 맛부터 익숙했다.
“그래서 소개도 받고, 수업에서 만나서 고백도 받았고.”
“사실 고백은 이전 학교 다닐 때도 받았었잖아?”
“그 땐 배구부 하고 하니까 고백해도…잘 못 챙길 걸 아니까 거절했지.”
“헤에.”
일단 계속 말해보라는 듯 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두 입 씹었다. 이미 으깨진 사과와 밀가루 반죽들이 입 뒤쪽으로 넘어가 어금니에 짓이겨지면서 마지막 남은 풍미까지 뿜어냈다. 과즙이 추륵, 흐른다. 설탕시럽에 졸여진 사과의 맛은 다디달았다.
“하여간, 그래서 사귀고 있는데 말이야.”
“그래서 오늘도 차였어?”
“…아직 말하고 있잖아요, 코즈메 씨!”
“그래서 저에게 상담하려고 오신 거구요, 쿠로오 씨.”
“어으으….”
그래, 잘 나가는 대학생이 된 쿠로오는 이상하게 연애 운이 없었다. 정확히는 연애를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오는 사람 붙잡지 않는 문제도 있었으나 이상하게 그 온 사람들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해져서는, 쿠로오를 차버린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2년 6개월이랬나? 그런 것에 비해서도 꽤나 짧은 기간에 그들은 쿠로오를 떠났고, 그들의 의견은 모아서 정리하면 한 마디와 같았다.
너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아니,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 고백은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어느 정도는 호감이라고 생각해서 사귄 건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쿠로오는 억울해 팔짝 뛰는 꼴이 된 것이다. 켄마는 다시 포크를 들어 깡! 애플파이를 잘라내고 그릇과 또 부딪혔다. 결국 그릇을 쿠로오가 가져갔다. 그리고는 어설프게 조각난 걸 마저 능숙하게 잘라내고, 제 몫의 포크로 찍어, 켄마에게 내밀었다. 켄마는 입만 벌리면 됐다.
“나는 분명 어느 정도 호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사귄 거고, 최선을 다했거든?”
“저마?(정말?)”
입 안에 가득 찬 애플파이 때문에, 발음이 뭉개졌지만 딱히 쿠로오는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쿠로오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내 패션 센스가 이상한가?”
“쿠로 정도로 챙겨 입는 사람은 내 주변에 별로 없을걸.”
“네 주변에는 딱히 옷을 신경 쓰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
아니, 그 전에 네 주변 사람이 결국 내 주변 사람에 가깝잖아! 쿠로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상한 데에 태클을 걸었다. 켄마는 어깨를 또 으쓱하면서 마저 씹어 삼켰다. 여기 애플파이는 나쁘지는 않았다. 잘 잘리지 않는 게 문제였다. 카페에는 조용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조용하지만 신나는 노래. 켄마는 그 음악 선곡이 나쁘지는 않다고 느끼며 마저 씹어 삼켰다.
“그리고 쿠로, 쿠로는 옷걸이가 좋아서 사실 뭘 입어도 최악만 아니면 괜찮은 편이야.”
“칭찬이니, 욕이니. 하나만 해주실래요?”
결국 쿠로오가 손으로 얼굴을 품었다. 흑흑, 우는 소리를 거짓으로 내면서 켄마의 말들에 상처를 받는다는 듯한 흉내를 내고 있었다. 켄마도 할 말이 많았지만 켄마는 그저 말하지 않고 사과를 또 찾아내고 혀로 굴려 뒤쪽으로 보내 아그작, 씹어 먹었다.
“그럼 내 성격이 문제인가?”
“하지만 그런 것치곤 다들 고백하러 온 사람들은 쿠로 성격이 좋았다며?”
“야쿠는 내 성격이 문제라고 하길래.”
“뭐, 아주 좋은 성격은 아니지만.”
“뭐? 켄마, 너도 그렇게 생각해?”
“어느 정도는.”
“진짜? 뭐가 문제인데?”
“글쎄.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지금 이거? 켄마는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고 고민하는 척 애플파이를 삼켜서 넘겼다. 두 번째 애플파이 조각도 다 먹어 넘어가버렸다. 하지만 켄마는 빼앗긴 접시를 다시 빼앗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기다리기만 했다. 곧 쿠로오가 알아서 능숙하게 포크로 소리 없이 잘라서 제 입 앞까지 밀어 넣어 줄 예정이었다. 3, 2, 1.
“켄마.”
“아-.”
역시. 켄마는 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받아먹고는 냠냠 씹었다. 뭐라고 말해줄까. 고민하는 말까지 양념 쳐서 넘어가니, 이 쯤 되니까 조금 목이 막혔다.
“자.”
“아….”
고맙다고 말하며 내밀어준 빨대에 켄마는 입을 조금 벌려 쪽쪽 음료를 마저 마셨다. 정말 웃긴 일이었다. 그래. 성격이 나쁠 리는 없다. 센스도 좋아 제 친구가 지금 뭘 필요로 하는지도 바로 눈치 채고 이렇게 멀리 있는 음료의 빨대까지 돌려서 제 친구 입에 밀어 넣어 줄 정도니까. 연인에게는 얼마나 달콤하겠는가. 사소한 머리 핀, 머리 스타일, 옷차림, 심지어 시험 날까지 다 기억하고 배려해주면서 말을 걸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인데 뭐가 부족하겠냐고 말할까. 쿠로오는 누구에게도 친절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기에게 관심 있다고 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켄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꿀꺽, 애플파이를 넘겼다.
“아이구, 잘 먹네.”
쿠로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냅킨을 가져와선 켄마의 입을 조심스레 톡톡 두드리며 닦아댔다. 켄마는 이제 이런 것쯤은 익숙했다. 이런 면이 성격이 좋지 않다는 뜻인데. 하지만 켄마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마침, 카페 테이블 위에 올려진 거베라 뭉치가 가만히 쿠로오를 바라보았다. 정말 모르겠다면서 커피를 마저 마시는 건 쿠로오였다. 쿠로오는 커피만 마시고 제 친구를 불러내서는, 여기 애플파이가 유명한 집이라며 애플파이와 켄마가 좋아하는 음료를 시켜놓았다. 켄마가 도착할지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미 켄마가 도착했을 땐, 너무 차갑지도, 그렇다고 녹아서 물이 된 상태도 아닌, 딱 지금 벌컥벌컥 마시기 좋은 상태의 음료와 애플파이가 나와 있었다. 그것도 홀 사이즈. 그건 미리 예약을 해서 주문해놨다는 뜻이었다.
“가끔 쿠로는, 왜 쿠로가 차이는지 모르는 게 신기해.”
“말을 왜 그렇게 하냐? 아무리 나라도 상처 받아, 그렇게 말하면.”
“너는 상처 좀 받아야 돼.”
그렇게 말하며 켄마는 포크의 날카로운 면으로 쿠로오를 지목했다. 그 말에 쿠로오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도 화를 내진 않았다. 정확히는 정말 그게 진심이냐는 듯이 혼란스러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휴. 켄마는 결국 참고 참았던 한숨을 또 내쉬었다. 야쿠도 그랬고 카이도 그랬다. 모든 사람들이 왜 쿠로가 차이는지를 다 알고 있었다.
“저번 일 기억나?”
“저번?”
“내가 아프다고 했던 날.”
“아, 그 때 정말 놀랐지. 나 영화관에서 바로 뛰어왔잖아. 아무리 여름이라도 너, 에어컨 밑에서만 생활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어? 하여간, 켄마. 너 요즘 너무 걱정돼.”
“…….”
잔소리를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켄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잔소리가 나오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쿠로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렇겠지. 켄마는 다시 입을 벌렸다. 쿠로오가 애플파이를 입에 넣어주었다. 흐음, 맛있긴 하네. 그렇게 생각하고 결국 켄마는 다시 말할 기운을 잃어버렸다. 쿠로오는 계속 잘 말했다는 듯이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바보. 바보 쿠로. 켄마는 쿠로가 왜 차이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쿠로오 테츠로는 코즈메 켄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자각으로.
그러면서도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코즈메 켄마에게 쓴다. 심지어 그 배구마저도.
네코마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쿠로오, 본인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냥 기운이 없네~. 정도로만 말한 수준에 부리나케 데이트 약속을 깨고 달려와 열을 재고 병원에 데려가고 약 먹으라고 달달 떨고 안절부절 못하지. 그 때 켄마는 오히려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냥 이불 좀 덮고 쉬면 사라질 여름 감기에 그렇게 저를 걱정하면서 울며 뛰어와 열을 재고 병원에 데리고 갈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쿠로오는 차였다.
거베라의 꽃말이 뭐였지. 비밀이었나,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던가.
이번도 그랬다. 차인 걸 위로해달랍시고, 상담해달라고 하는 것치고는 너무 거창하게 3일 전 애플파이 홀사이즈를 예약하고 이렇게 하나씩 잘라 먹여주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것도 ‘친구’에게. 켄마는 아마 지금 카페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귀지 않는다고 말하면 다들 미쳤냐고 대답할 사람이 널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휴, 켄마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번이 몇 번째지? 차라리 내가 먼저 지적해주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을까? 하지만 켄마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저 정도로 눈치가 없으면 지적해봐야,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뒤늦게 거리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어려워. 켄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애는 역시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성격 나쁜, 성격이 아주 좋아서 나쁜 사람이랑 연애는 어렵겠지.
켄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입을 벌려, 삼켰다.
애플파이가 달면서 썼다.
#후기
늘 항상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u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