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난초- 순수한 사랑
by. 노을(@Luna_twtagain)

 

   어렸을 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고 끝나던 이야기를 기억하나요? 이렇게 끝나던 이야기 중 일부는 ‘순수한 사랑’을 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줄 이야기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지구의 평행 세계에는 조금 다른 종족들이 사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다양한 나라 중에서 오늘 이야기할 나라는 묘월국입니다. 묘월국은 고양이 수인들이 주로 사는 나라로, 상업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근처 국가에서 상업 활동을 위해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묘월국은 왕정국가이지만, 신분의 격차가 뚜렷하지 않아 귀족이나 일반 백성이나 노력 정도에 따라 올라갈 수 있는 지위에 차별이 없습니다. 하지만, 개국 당시부터 공을 인정받아 귀족이 되었던 가문들의 반발이 거세죠. 그 안에서 우리가 살펴볼 사람들은 황제와 재무대신의 이야기입니다. 들어보시겠어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묘월국 중앙에 있는 왕궁 안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입니다. 이 풍경이 만들어진 데에는 13대 황제 쿠로오 테츠로의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요. 이렇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왕궁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재무대신인 코즈메 켄마를 곁에 두기 위해 계획해왔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황제는 묘월국을 개국한 초대 황제의 하나뿐인 직계 자손입니다. 대대로 테츠로가는 일부일처를 지향하고 있기에 황후 이외의 첩을 따로 두지 않았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대 황제는 그의 아들을 끔찍이 아꼈기에, 자기 아들 또래의 사람이 왕궁 안에 없다는 것을 알고 바깥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자기 아들과 놀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쿠로오는 점점 왕궁 밖에 사는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들이 안에서 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쿠로오가 16살이 되는 해, 쿠로오와 놀던 아이들은 일하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쿠로오의 곁을 떠났고, 밖에서 회계사 일을 하는 집안의 켄마만 남게 되었습니다. 켄마는 부모가 모두 회계사로, 부모의 재능을 물려받았다며 유명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는 아이답게 커야한다며, 일을 시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쿠로오와 켄마의 첫 만남은 낯가림이 심한 두 사람이 모여서 인사만 겨우 나눴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때 쿠로오가 켄마에게 반하게 됩니다. 그렇게 켄마가 왕궁을 왕래하면서 쿠로오는 왕궁 밖의 생활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쿠로오는 켄마에게 왕궁 밖에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켄마, 나 왕궁 밖으로 나가보고 싶어!”

“……. 폐하께서 걱정하실 텐데”

“하지만 켄마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밖으로 나가보고 싶은걸?”

“며칠 후에 밖에서 축제가 있어……. 그 전에 폐하께 허락받지 않으면 데려갈 수 없어.”

“그러면 허락만 받으면 되지?”

“응…….”

 

쿠로오는 선대 황제에게 왕국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하게 되고, 선대 황제는 안된다며 반대하게 됩니다.

 

“아버지, 왕궁 밖으로 외출하고 싶습니다.”

“불허한다.”

“아버지 밖에서 축제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이야기도 해보고, 놀아보고 싶습니다.”

“너는 한 나라의 황태자다. 네가 왕궁 밖으로 나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나라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허한다.”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백성들의 삶을 잘 살필 줄 아는 군주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현명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역시 황태자 시절에 왕궁 밖에서 일어나는 축제에 많이 참여하셨다고 할아버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한 나라의 황태자로써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을 이번에 쌓아보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쿠로오의 진지한 얼굴과 말에 선대 황제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켄마 그 아이가 내가 허락하면 데려가겠다고 했느냐?”
“네 그렇습니다.”

“그 아이라면 널 잘 이끌어줄 거 같구나. 허락하마. 조심해서 잘 다녀오너라. 단, 조건이 있다.”

 

황제가 쿠로오에게 내건 조건은 호위무사를 데리고 나갈 것이었습니다. 쿠로오는 온전히 자신과 켄마만 가길 원했으나, 황제의 완고한 태도에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호위무사를 동행하고, 축제에 가게 되었습니다.

 

“켄마! 나 갈 수 있어!”

“폐하께서 허락하셨어?”
“응! 대신 호위무사도 데리고 가라고 하셔서…….”

“그 정도는 괜찮아 쿠로. 그럼… 이틀 뒤에 축제 시작하니까 그날 저녁에 정문 앞에서 만나자.”

 

쿠로오와 켄마는 이틀 뒤 저녁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켄마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축제 당일 켄마가 쿠로오를 만나러 정문에 도착했을 때 로브를 뒤집어쓴 쿠로오가 해맑은 얼굴로 켄마를 반겨주자, 켄마의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다른 쪽으로 휙 돌리더니 처음 느끼는 감정에 혼란스러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켄마의 표정을 본 쿠로오는 켄마에게 다가가 얼굴이 빨개졌다면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계속 눈치 없이 물어오는 쿠로오에 켄마가 고개를 숙이곤, “조용히 하고 얼굴 치워…….”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켄마의 이야기에 얼굴을 치운 쿠로오는 “갈까?”하곤 얼굴에 미소를 띠곤, 켄마와 함께 축제가 열리는 공터로 움직였습니다. 축제에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있고, 거리 공연도 하고 있었습니다. 왕궁에서 몰래 나와 돌아다녔다고 해도 축제에는 참여해보지 못한 쿠로오는 신기한지 눈을 빛내며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켄마는 그런 쿠로오의 모습에 쿡쿡거리면서 웃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이곳저곳 움직이는 쿠로오에게 다가가며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축제에서 여러 가지 길거리 음식도 사 먹고, 거리에서 하는 공연도 보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 쿠로오와 켄마는 축제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왕궁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재밌었어. 켄마! 다음번에 또 같이 가자!”

“…다음번에도 폐하가 허락하신다면.”

 

쿠로오와 켄마는 다음 축제에도 같이 가자고 약속했지만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바로 쿠로오가 20세가 되는 해 황위 계승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선대 황제는 자신이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빨리 따라갈 수 있는 황태자를 조금 일찍 황위에 올리겠다고 다짐했기에, 곧 황위 계승을 받을 것이고, 그에 대한 교육도 받아야 했고, 자신의 최측근을 선정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둘은 축제를 다녀온 것을 기점으로 만나는 시간이 점점 적어졌습니다. 켄마 역시 가업을 물려받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축제를 다녀오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깨달은 켄마는 곧 황제가 될 쿠로오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의 정리를 시작하려 했고, 쿠로오는 자신이 좋아하는 켄마를 자신의 곁에 두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켄마와 만나는 날을 잡아 고백하고자 맘을 먹었고, 고백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기로 정한 시점은 대관식으로부터 두 달 정도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대관식이 두 달 정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최측근을 두어야 한다며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아직 조금 더 살펴보고 최측근을 두고 싶었던 쿠로오 사이에서의 마찰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켄마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켄마는 자신이 귀족이 아니기에 최측근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쿠로오는 묘월국의 법 중 신분과 관계없이 능력을 검증받은 자라면 누구든지 측근이 될 수 있다는 법을 이용하여 켄마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게 됩니다. 드디어 쿠로오와 켄마가 만나는 날이 되었고, 쿠로오는 자신에게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조금은 긴장한 듯 한숨을 크게 내뱉었습니다. 곧이어 도착한 켄마는 먼저 도착한 쿠로오의 모습이 멋졌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이네 쿠로…….”

“응 오랜만이네 켄마. 그동안 잘 지냈어?”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던 쿠로오는 이내 긴장한 듯 몸에 힘이 가득 들어간 채 부자연스럽게 서 있자, 켄마가 쿠로오를 살짝 툭툭 쳤습니다.

 

“쿠로 내 말 제대로 듣고 있어?”

 

쿠로오는 고백할 생각에 긴장해서 켄마가 자신을 치면서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켄마가 쿠로오 귀에 “쿠로!!”하고 소리치자 그제야 켄마를 바라보았습니다.

 

“쿠로 너 왜 정신을 못 차…….”
“켄마 너 내 최측근이 되어줄래?”

쿠로오가 고백이라고 던진 멘트와 켄마가 걱정하는 말이 공중에서 얽혀버렸고, 완성된 쿠로오의 말에 켄마와 쿠로오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빨갛게 변했습니다. 두 사람의 마음속은 서로 각기 다른 생각으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저기…….”

“먼저 말해!”

 

둘의 말이 계속 엇갈리자 쿠로오는 망했다는 얼굴로 바닥만을 빤히 바라보았고, 켄마는 그런 쿠로오의 모습이 낯선지 쿡쿡거리며 웃다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변변치 못한 신분이라 쿠로오의 최측근이 된다면, 불평할 사람이 많을 텐데, 그런 건 생각해 본 거야?”

 

쿠로오는 다 생각을 해놨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묘월국 법에 최측근으로 능력을 검증받은 어떤 신분의 사람이던지 될 수 있다고 되어있어. 켄마는 이미 능력이 검증되었으니까 내 측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하는 거야.”

 

그리곤 쿠로오는 조그맣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곁에 두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켄마는 고개를 확 들고, 쿠로오를 빤히 쳐다보더니 “쿠로 나 좋아해?”하고 물었습니다. 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물어오는 켄마에 쿠로오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응”이라고 대답했고, 쿠로오의 대답을 들은 켄마는 쿠로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쿠로의 측근이 되어도 괜찮다면 하고 싶어. 좋아하는 사람 옆에 있고 싶어 하는 건 누구나 다 그런 거니까, 나도 그러니까… 내가 능력 검증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면 더 많이 받을게. 나 하고 싶어. 쿠로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그렇게 대외적으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최측근을 켄마로 거의 확정한 쿠로오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귀족들은 쿠로오에게 지속해서 압박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전하 신분에 맞는 사람을 최측근으로 두셔야 합니다. 그냥 서민을 최측근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쿠로오는 그런 신하들의 말에 질린다는 듯 대꾸했습니다.

 

“내가 최측근으로 둔 자는 경들도 이미 능력을 알 텐데? 그리고 내가 지금 그를 내 최측근이라고 이야기하였는가. 염두에 둔 자가 있다고 했을 뿐 그가 내정되었다고 내가 이야기 한 적이 있는가? 하물며 법에 능력을 검증받은 자라면 신분에 상관없이 측근으로 둘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도 신분에 맞는 사람이 능력이 없더라도 측근으로 두어야 하는 건가?”

 

쿠로오는 계속 켄마를 측근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며 압박해오는 신하들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켄마를 측근으로 두고 싶었기 때문에 황위에 오르기 전까지 이야기하지도, 밝히지도 않으려 했지만,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탓에 소문이 퍼지게 되자 쿠로오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만 같아서 자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선대 황제와 켄마는 쿠로오를 찾아왔습니다.

 

“전하 황제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들어오시라고 하게.”

 

선대 황제가 들어오고, 그 뒤에 켄마가 따라 들어오자 쿠로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가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가자 그것을 본 선대 황제가 웃으며 쿠로오에게 물었습니다.

 

“테츠로 켄마를 측근으로 두고 싶은게냐?”
“두고 싶습니다. 저와 가장 오래 지냈고, 켄마의 능력은 이미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귀족들의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능력도 없이 오직 권력과 명예만을 위해 다가오지 않습니까.”

“그리고 테츠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맞지?”

“…그렇습니다.”

 

켄마는 황제가 쿠로오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안다는 것에 놀란 듯 살짝 눈을 키웠고, 쿠로오는 담담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선대 황제는 자신에게 조금만 힘이 더 있었다면, 이 아이들이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대 황제는 쿠로오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작게 이야기를 하고 켄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자리를 떴습니다. 쿠로오는 황제의 말을 듣고는 얼어붙은 듯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고, 그런 쿠로오가 걱정되는지 켄마가 다가가 쿠로오를 살짝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쿠로오는 정신을 차린 듯 켄마를 바라보며 웃음을 띠었습니다. 켄마가 걱정되는 얼굴로 쿠로오를 바라보자 쿠로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걱정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켄마를 안았습니다.

 

“폐하께서 너에게 뭐라고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민이 있다면 말해줘 쿠로.”

“응 그럴게. 켄마”

 

선대 황제가 쿠로오에게 귓속말로 이야기한 것은 자기가 힘이 부족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쿠로오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것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그리곤 곧 대관식을 진행할 것이니 준비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쿠로오는 곧 선대 황제의 품을 떠나 직접 신하들과 싸우는 전장으로 던져진다는 느낌에 두렵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대관식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다른 사람을 측근으로 선택하라는 신하들의 시선과, 자신이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사람이 신하들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겹치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켄마를 집에 보내고 홀로 고민하던 쿠로오는 이내 잠행을 핑계로 호위를 모두 물리고 켄마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집 문을 두드리는 것에 경계를 한 채로 누구냐고 묻는 켄마에 자신임을 밝히자 놀란 켄마가 일단 집으로 들어오라며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습니다.

 

“쿠로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야? 호위는 어쩌고? 다치면 어쩌려고…….”

“잠행 나간다고 호위 물린 거야. 켄마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불안해 보이는 쿠로오에 켄마는 의아함을 느끼면서 쿠로오의 말을 기다렸습니다.

 

“내가 너를 곧 측근이라고 발표할 거야. 그때부터 신하들의 압박이 많이 들어올 텐데 괜찮겠어? 너가 괜찮지 않다면 얘기하지 않을게.”

 

쿠로오의 말을 들은 켄마는 쿠로오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게 두려웠다면, 지금까지 붙어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너가 그 이야기를 한 시점에 이미 도망쳤을 거야. 그 높으신 분들 말은 어떻게든 견딜 자신이 있었으니까 한다고 한 거라고…….”

 

켄마는 처음 쿠로오에게 자신의 측근이 되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두려움이 컸습니다. 단지 ‘황태자와 친한 백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측근이 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쿠로오가 자신의 능력을 보고 제안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쿠로오의 말은 꼭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쿠로오가 켄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곁에 두고 싶어 한다는 것을 들은 후에는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두근거렸습니다. 그래서 쿠로오의 측근이 되어 그의 일을 돕고자 했고, 자신의 신분으로 트집을 잡을 사람들에게 업무 능력으로 보여주자는 생각에 집의 일을 조금씩 도우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더 키우고 있었습니다. 켄마는 쿠로오에게 자신이 신뢰를 주지 못한 거 같았는지 살짝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 켄마의 모습을 본 쿠로오가 켄마를 안아주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켄마 내가 널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너가 힘들어할까 봐 그랬던 거야. 신하들이 나한테 압박했던 것처럼 너에게도 그럴 테니까. 우리가 같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찾아온 거야. 내가 너에게 말도 안 하고 갑자기 얘기하면 부담스러울 테니까.”

 

쿠로오의 이야기를 들은 켄마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봐온 널 믿어서 내가 내린 결정이야. 너가 나를 믿는 만큼, 나도 믿어줘.”

 

켄마는 쿠로오에게 얼른 돌아가라며 문 앞까지 데려다 놨고, 쿠로오는 문 앞에 서서 켄마의 이마에 살짝 뽀뽀하곤 “잘 자 켄마”하곤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쿠로오는 대관식 준비로 켄마는 집의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정신없는 한 달이 지나고 대관식 당일, 선대 황제가 쿠로오에게 왕관을 씌워줬고, 앞으로 묘월국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쿠로오는 공식적으로 묘월국의 황제가 되었습니다. 쿠로오가 황제로서 처음 참여하는 회의에서 켄마가 본인의 측근임을 공표했습니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여, 나를 도와 일을 해줄 사람을 측근으로 두기로 했네. 측근으로 두기로 한 자는 ‘코즈메 켄마’이네. 이미 능력으로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있는 자이니, 불만 있는 자는 없겠지?”

“하지만 폐하 그는 신분적으로나 원칙적으로 황제의 측근이 될 수 없는 자입니다. 부디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경들이 말하는 원칙이 무엇인가? 법이 경들이 말하는 원칙 아닌가. 내 전에도 말했던 거 같은데. 능력이 검증된 자는 신분에 상관없이 측근이 될 수 있다고 되어있다고. 경들은 내가 선택한 자가 눈에 차지 않나 보군.”

“폐하 그렇다고 한들 신분에 맞는 자가 측근이 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그는 단지 ‘폐하와 친한 평민’일 뿐입니다.”

“그럼 경들은 경들의 자식이 나와 신분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측근으로 들이려고 한 것인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와 신분이 맞는 자는 없을 터인데, 안 그런가? 경들은 자신들의 자식이 황제의 측근이라는 명예를 얻고자 들이댄 게 아닌가. 그리고 코즈메 켄마처럼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어릴 때의 벗이자 나를 지탱해준 자이고, 이미 능력도 충분히 검증받은 자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경들의 자식 중 단 한 명이라도 능력을 인정받은 자가 있는가? 있다면 내가 그자도 측근으로 삼아주지.”

 

쿠로오의 냉정한 목소리와 무표정한 얼굴에 회의장은 얼어붙은 듯이 조용해졌고, 신하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누군가가 이 분위기를 풀어주기를 바랬습니다.

 

“경들과 이 이야기를 계속 하면 중요한 안건은 이야기하지 못한 채 끝나겠군. 10분 정도 쉬었다가 재개하지.”

 

쿠로오의 말에 신하들이 하나둘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회의장에는 쿠로오만 남게 되었습니다. 열린 회의장 문 앞에 서 있던 켄마를 본 쿠로오는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했고, 켄마는 회의장의 문을 닫고, 쿠로오의 곁에 가서 섰습니다.

 

“쿠로 저 사람들이 여전히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들에게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닐까…?”

 

켄마의 말에 쿠로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켄마를 바라보았고, 그런 쿠로오의 모습에 켄마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어차피 난 여기 와서도 재무 업무를 보게 될 거잖아. 그 전에 미리 입궁해서 재무부 일을 먼저 해보면 안 될까?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인정해주지 않을까 해서…….”

 

켄마도 켄마 나름대로 신하들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방안을 생각해왔고, 그 이야기를 듣는 쿠로오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는지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쿠로오는 그 이야기를 회의에서 하기로 결정했고, 10분 휴식 시간이 지나고 신하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오자 켄마는 그곳을 벗어났습니다. 재개된 회의에서는 켄마의 측근 여부에 관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쿠로오는 켄마와 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들이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인정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미리 입궁하여 재무부에서 업무를 보는 건 어떤가? 경들이 바라던 능력 검증도 할 수 있는 기회이고 깎아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닌가. 기뻐해야지.”

 

쿠로오는 비웃는 목소리와 경멸하는 눈으로 신하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고, 이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들이 그토록 바라는 것을 들어주겠다는데 왜 하나같이 표정이 그런가? 누가 보면 내가 경들을 죽이겠다고 말한 줄 알겠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이런 표정을 보여주면 재미없지.”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마무리되고, 켄마는 결정된 것처럼 원래 입궁 시기보다 앞당겨 입궁했고, 재무부에서 일을 하여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붙어서 해결하던 일을 혼자 해결해나가는 켄마의 모습에 재무부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능력이 검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하들은 계속 켄마를 깎아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폐하 아무리 능력이 검증되었다 해도 신분에 맞지 않는 자는 측근에 두지 않으심이 옳습니다.”
“경의 신분이 격하되어야 정신을 차리겠나? 경이 누구보다 신분에 신경을 쓰고 있는 점 잘 알겠네. 근데 그 기준을 나한테까지 맞출 필요가 있는가? 그 기준에 따른다면 자네는 나한테 말을 붙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남을 깎아내리기 위해 노력할 시간에 자기 계발에 사용하게.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그토록 말하는 신분 낮은 평민에게 따라잡히겠네.”

 

쿠로오의 말에 항의하던 신하는 빨개진 얼굴로 돌아갔고, 쿠로오는 켄마가 근무하는 재무부로 가던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도착한 재무부에는 일에 푹 빠져서 하고 있는 켄마가 보였고, 그런 켄마 앞에 가서 책상을 톡톡 친 쿠로오가 말을 했습니다.

 

“오야 일은 좀 할 만하신가요?”

“응. 좀 힘든 점이 있긴 하지만 만족스러워…….”

 

지금 하는 일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듯, 켄마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약간 상기된 얼굴로 쿠로오에게 이것저것 말을 하고 그런 켄마가 귀여운 듯 쿠로오는 웃는 얼굴로 켄마가 하는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켄마의 말을 들어주고 있던 쿠로오에게 수행원이 다가와 귓속말을 하자 작게 욕을 읊조린 뒤 켄마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켄마 미안. 쿠로오씨가 더 있어 주고 싶었는데, 일이 생겼다네~? 나중에 다시 시간 내서 올게. 미안”

 

쿠로오는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곤 나가며 욕을 내뱉었고, 그런 쿠로오의 모습에 켄마는 급한 일이 생겼나보다며, 본인의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소집된 회의에 불려온 쿠로오는 욕을 내뱉으며 회의장에 앉았고, 냉기를 뿜고 있는 쿠로오의 모습에 대부분의 신하는 위축된 듯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회의를 소집한 일부 신하는 떳떳하다는 듯이 쿠로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긴급까지 걸어가면서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뭐지.”

“폐하께서 측근을 황후로 만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들은 거지. 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네만.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 누굴 앉히던 경들은 무슨 상관인가?”
“황후는 전략적인 결혼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근데 거기에 아무나 앉힐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 경들 중에 누군가 사라져야 정신을 차릴 건가? 그놈의 신분 타령 좀 그만하게. 능력도 없는 경들은 부모를 잘 만나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오히려 능력 있는 자들이 높은 자리에 관심이 없는 법이지. 그대들과 달리 말이야.”

 

쿠로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자, 신하들의 반발이 더 거세졌습니다.

 

“귀족도 아닌 자를 황후로 섬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개국 이래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걸 내가 하면 되는 일 아닌가.”
“하지만 폐하!!”

“일단 이 안건은 접어두지. 자네들이 회의 소집한 김에 받은 안건 하나를 해결해야겠네. 자네들이 싫어할 안건이 되겠군. 재무부에서 온 요청일세. 코즈메 켄마를 재무대신으로 세워달라는 요청이지. 원래 재상인 자가 횡령을 했다는 정식 보고가 올라왔네.”

 

쿠로오는 현 재무대신인 모브 후작을 냉소적인 얼굴로 바라보았고, 당사자인 모브 후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당사자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것이 맞겠지? 그대들이 말하는 원칙이니 말이야. 이 사안은 일주일 뒤 법정에서 판결이 난 후, 후임 재무대신을 결정하겠네. 자네들도 좋아하지 않나.”

 

쿠로오는 신하들을 비웃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신하들의 얼굴을 살피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경들이 이렇게 나오는데 어찌 묘월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평등한 국가라고 떠벌리고 다닐 수 있는가. 어찌 다른 나라에 반해 신분 차가 적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비해 경들은 변하지 않는군. 언제까지나 경들이 이 나라의 기득권일 수는 없지. 경들이 반대하고 버티고 있으니 그동안 능력있는 일반 백성들이 왜 이렇게 많이 올라오지 못했으며, 기득권이 아닌 자들을 위한 법을 만들지 못했겠군. 앞으로는 기득권자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 비기득권자에게 주어야겠네. 경들이 더 군림하지 못하도록. 누가 보면 경들이 황제인줄 알겠네.”

 

쿠로오는 그동안 신하들이 해왔던 일들을 하나하나 꼬집으려는 듯이 신하들과 눈을 마주치며 웃었고, 그런 쿠로오의 모습에 신하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내가 자네들이 그동안 해온 짓을 알면서 모르는 척 해왔네. 언젠가 이 자리에서 한두 명씩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잘 사리고 살게. 그럼 이제 회의를 마치는 게 어떻겠나. 이만 폐회하지.”

 

쿠로오는 미소를 띤 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고, 쿠로오의 살벌한 말에 모인 신하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하나둘 모브 후작의 눈치를 보며 회의장을 나섰고, 모브 후작만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가, 이내 결심을 한 듯 회의장을 나섰습니다.

 

“재무대신 모브 후작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들어오라 하게”

후작은 쿠로오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자신이 방문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폐하 자비를 베풀어 법정에 세우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자진해서 재무대신을 내려놓겠습니다. 부디 재판만은 진행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건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바가 없네. 자네들이 좋아하는 원칙이지 않은가.”

“제가, 제가 폐하의 아군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모브 후작은 쿠로오에게 애원하듯이 빌었습니다. 묘월국은 횡령에 대한 처벌 강도가 높기 때문에 작은 처벌을 받아도 재산 몰수이기에 모브 후작은 재판이 진행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내 한 번 힘써보겠네. 하지만 안 될 수도 있네.”

 

쿠로오의 말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모브 후작이 집무실을 나서자 밖에 있는 기사를 불러 켄마를 데려오라고 명령한 후 숨을 돌렸습니다. 긴급회의라며 불러낸 회의에서 켄마를 황후로 세우기 위해 계획하던 것이 걸렸고, 다음 회의 때 정식으로 이야기하기 위해선 켄마의 동의가 필요했고, 당사자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기에 묻기 위해 데려오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기사가 켄마를 데리고 온 건지 문밖에서 서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폐하 켄마님 들어가십니다.”

 

기사의 말이 끝나자 문이 열리고 켄마가 들어왔다.

 

“쿠로 부른다고 해서 왔는데 무슨 일이야?”

“잘 들어 켄마. 내가 너에게 물어볼 게 있어. 먼저 재무대신이 되는 것 그리고 두 번째가 황후가 되는 것. 황후가 된다면 내명부의 일을 하게 될 거야. 내가 도와주겠지만, 너가 하고 싶지 않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어.”

 

갑작스러운 쿠로오의 이야기에 켄마는 멍해졌습니다. 자신이 재무대신이 되는 것도, 황후가 되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쿠로오는 그런 켄마를 보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장 이야기 해달라는 게 아니야. 생각해보고 이야기해 줘도 괜찮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도 돼”

켄마는 쿠로오의 말을 듣고 이내 생각을 정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쿠로… 나 둘 다 하고 싶어.”

 

켄마의 말에 쿠로오는 눈을 크게 뜨고, 이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오야? 켄마가 날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걸?”

 

켄마는 붉어진 얼굴로 입을 삐죽이면서 말했습니다.

 

“애초에 계속 좋아했던 사람인 걸… 쿠로랑 한다면 뭐든지 괜찮아.”

고백과도 같은 말에 쿠로오의 얼굴은 터질 듯이 빨개졌고, 자신이 내뱉은 말에 귀 끝이 빨개진 켄마는 자신이 하던 일을 마저 해야 한다며 서둘러 재무부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이루어진 다음 회의에서 모브 후작의 재판 여부와 켄마가 재무대신에 앉는 것, 이 두 가지 안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나는 모브 후작의 재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뿐더러, 코즈메 켄마가 재무대신의 자리에 앉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네. 이미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자가 아닌가.”

“하지만, 모브 후작을 대체할 많은 귀족이 있습니다.”

“내가 늘 이야기하지 않는가. 귀족들이 모두 능력있는 건 아니라고. 만일 또 신분 차이라는 이야기를 할거 라면 내 먼저 말하지. 내가 그를 황후로 책봉하겠네.”

 

쿠로오의 말에 회의장이 뒤집혔습니다. 귀족들이 그동안 신분이 귀하지 않다며 반발해온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말이었고, 파장을 크게 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폐하!! 늘 저희가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황후의 자리는 전략적인 결혼이 필요한 자리라고 말입니다. 근데 신분이 낮은 자를 책봉하겠다니요? 그건 백성들에 대한 기만입니다!”

“내가 봤을 땐 좋아할 거 같은데. 싫어하는 건 경들뿐이겠지. 능력이 인정받으면 어느 자리든 올라갈 수 있다는 법이 있으면 뭐 하나. 결들이 싫어하고 반대했기 때문에 등용까지 이루어진 건 코즈메 켄마 그 자 뿐이네. 근데 경들은 여전히 내 어릴 적 친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가 측근 자리를 차지했고 재무대신의 자리까지 노린다는 이야기를 퍼트리더군? 제정신이 아닌 건가 아니면 황제인 내가 만만해 보이는가? 자네들은 황제가 만만한가?”

 

쿠로오의 위압감이 회의장을 덮었고, 그 자리에 앉아있던 신하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모브 후작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여기서 유일하게 코즈메 켄마와 일해 본 사람인 거 같은데, 그와 일해 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는 재무대신이 될 재목입니다. 오히려 제가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백성들은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우리의 지위만을 내세워서 그들을 등용하지 못했던 건 우리의 실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봐온 폐하는 능력이 없다면 등용하지 않을 분입니다. 이제 우리는 어릴 적의 폐하를 생각하고 하나하나 간섭하는 것보단 한 나라의 황제로서 판단을 믿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세상은 우리들의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것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폐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폐하를 믿어야 합니다.”

 

모브 후작의 말에 회의장이 숙연해졌습니다. 각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 귀족들을 보던 쿠로오는 휴식은 명령했고, 신하들은 혼란스러워하며 하나둘 회의장을 벗어났습니다. 모브 후작의 말을 곱씹던 쿠로오는 “그들의 생각이 바뀐다면 많은 일들이 바뀌게 되겠지.” 하며 혼잣말을 했고, 이후 재개된 회의에서는 고까워하는 일부 신하들을 제외하고 신분의 이야기가 줄었습니다.

 

“폐하, 저는 코즈메 켄마 그의 능력이 뛰어나 재무대신 자리에 앉히는 것은 동의합니다만 황후 자리에 책봉되어 앉는 것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황후 자리는 매번 다른 국가와 협정의 의미로 책봉을 했지, 황제가 원한다고 정해온 전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심이 어떻겠습니까? 다른 사람을 보신다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 해봤자 경들의 여식들이겠지. 내 황태자 시절부터 거부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경들도 알다시피 내가 원하는 자와 하고 싶다고 했네. 황제라 해서 정략혼을 하는 건 상대한테 민폐가 아닌가. 내가 이상적인 소리를 하는 건 알고 있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가? 경들이 정략혼이라고 나까지 그래야 하는가? 선대 황제께서 그러셨다고 나도 그래야 하는가? 선대 황제와 나는 다른 사람이지 않은가.”

 

쿠로오의 말에 신하들의 얼굴이 붉어졌고, 고까워하던 신하 중 한 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쿠로오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폐하!! 폐하께서는 단적인 면만 보고 계신 겁니다!!”

“자네 흥분을 좀 가라앉히게. 지금 폐하께 소리치는 건가.”

 

다른 신하가 쿠로오에게 소리를 치는 신하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쿠로오는 자신에게 소리치는 대신이 흥미로운 듯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내가 어떤 것의 단적인 면만 보고 있는가? 경께서 알려주게나. 나에게 알려줄 정도라면 경은 세상을 넓게 보고 있다는 의미겠군. 경은 한 번이라도 영지민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가? 내가 내 백성들을 살피기 위해 나갔던 것만큼 지켜보았는가? 내가 보고받은 바로는 경의 영지민들이 가장 빈곤하게 살고 있었다네. 그렇다면 경은 세상을 넓게 볼 필요 없이 좀 좁게 볼 필요가 있겠군.”

 

쿠로오에게 소리치던 신하는 자신의 영지 사정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밝혀지자 얼굴이 붉어졌고, 다른 신하가 말을 이었습니다.

 

“폐하께서 그자를 황후로 올리시겠다면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자에게 재무대신으로 올라가는 것과 황후로 책봉되는 것 모두 동의를 얻으셨습니까?”

“얻었네. 두 가지 모두 하고 싶다고 했지.”

쿠로오의 이야기를 들은 신하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회의가 정리되려고 하는 무렵 모브 후작은 한 가지 떠올랐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외척이 될 코즈메 가문을 귀족으로 올리심이 어떨지요?”

“내 한 번 이야기해 보지.”

 

쿠로오는 켄마와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회의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곤 모브 후작이 제안한 의견을 켄마와 상의해보기 위해 재무부로 찾아갔고, 켄마에게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쿠로오의 말을 들은 켄마는 부모님과 상의를 해보아야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쿠로오는 날이 밝는 대로 부모님을 모셔와 상의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침실로 돌아갔습니다. 날이 밝고, 응접실을 켄마와 켄마 부모님이 상의하도록 내주고, 다른 업무를 보고 있을 무렵 반대하던 신하 한 명이 쿠로오를 찾아왔습니다.

 

“폐하 어제의 무례를 사과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사람이 한 번쯤 실수하는 법이니 괜찮네.”

“그리고 결혼식은 어떻게 진행할지도 여쭈러 왔습니다.”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지. 당사자가 참여해야 하니까.”

 

쿠로오와 신하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와중에 켄마가 응접실에서 의견 조율이 끝났는지 나와서 서 있는 것을 발견한 쿠로오가 “나중에 더 이야기하지. 나가보게.”하며 신하를 내보내고, 켄마에게 다가가 “이야기 잘 끝났어?” 하면서 물었습니다. 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작위는 안 받기로 했어. 가족끼리 이야기해봤는데 역시 외척이라고 작위를 받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러셔서…….”

“그게 너희 가족의 의견이라면 쿠로오씨는 존중해줄 수 있답니다~?”

 

켄마의 가족 의견이 회의를 통해 전달되었고, 켄마와 쿠로오의 결혼 준비 역시 빠르게 준비되었습니다. 켄마는 결혼식을 꼭 해야 하냐며 귀찮은 티를 냈지만, 기대되는 듯 반짝이는 눈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전까지 서로의 일을 마무리해야 했던 두 사람은 만날 시간도 없이 일에 묻혀 생활하다가, 결혼식 전날 밤에 잠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긴장했어 켄마?”

“응… 조금”

 

쿠로오는 긴장한 켄마의 볼을 쭈물거리며 킥킥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어릴 적 나와 함께 보내줘서 고마워. 덕분에 많은 걸 배웠고, 또 많은 경험을 했어. 다 너 덕분이야.”

 

쿠로오의 말을 들은 켄마는 “… 나 역시 너 때문에 많은 걸 배웠고, 많은 걸 얻었어. 고마워.”하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쿠로오는 살짝 쌀쌀한 듯 팔을 문지르며 켄마에게 “날씨가 좀 쌀쌀하다. 감기 걸리기 전에 들어가자.”하곤 켄마를 안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결혼식 당일, 왕궁이 개방되었고 왕궁 밖에서는 처음으로 나오는 평민 출신 황후라며 기뻐했습니다. 결혼식은 왕궁 안에 있는 홀에서 진행되었으며, 쿠로오와 켄마 모두 턱시도를 입고 버진로드를 걸어들어왔습니다. 들러리를 해주는 아이들이 뿌리는 꽃과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쿠로오와 켄마는 묘월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황제와 황후로 남아있습니다. 일반 평민들을 위해 정책을 폈고,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해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자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어릴 때 사랑하던 사람을 위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황제가 정말 멋지지 않았나요? 한 사람만은 순수하게 쭉 사랑해온 황제가 로맨틱했나요? 그와 함께 이겨내 온 황후도 로맨틱했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군요. 정말 동화 속에만 나올 거 같은 이야기가 어딘가에서는 정말로 존재하고, 그 주인공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새로운 주인공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The End-

#후기

제가 참여하는 첫 합작에 시대물이라 캐붕이 난거 같아서 조금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합작 주최하신 시바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2020.08.19 Kuroken Flower Collaboration with You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