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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국화- 진실
by. 소리(@sori_HQ)

 

   낙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시기 전,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10살 이하의 어린아이가 길거리에 보호자 없이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한 즉시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조용히 뒤로 돌아 그대로 달리십시오.

 

2. 혹여 마을 사람이 당신에게 하얀색 알약을 준다면 먹은 척 혀 아래에 숨긴 후 자리를 떠나 토해내십시오.

 

3. 지금은 여름입니다.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를 보면 괜찮다고 말씀해주십시오.

 

4. 하얀 꽃의 무덤을 발견했다면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꽃이 아닙니다.

 

 

 

괴담 같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글쎄요, 진실이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건 수십, 어쩌면 수백 년도 더 전에 일어난 일일 테니까요. 이 마을의 후손 또한 없으니 물어볼 길도 없죠.

 

그때 그 아이들만이 진실을 알지 않을까요.

 

 

 

1.

 

"갔다 올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켄마를 향해 쿠로오가 말을 건넸다.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지만 침묵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대답임을 알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러 가는 이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말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누군가를 따라 하듯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켄마가 입술을 짓씹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 옆에는 달력이 놓여 있었다. 지나간 날을 빨간색 색연필로 그어놓아 공백이 절반도 채 남지 않은. 남은 날을 손가락으로 헤아려보며 켄마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 달하고 열하루가 더 남은 올해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18살 이하의 아이들은 어떤 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상해, 절도, 마약, 살인. 범죄의 경중과는 상관없이 그들은 벌할 수 없는 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풀려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악용한 어떤 이가 나타났다. 그는 버려진 아이들에게 잘 곳과 먹을 것을 주는 대신 죄를 저지르게 한다. 아이들은 그를 P라고 부른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고 망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P의 눈에 들어버린 두 사람은, 특히 쿠로오는 사람을 죽이는 일에 가담되었다. 망설임이 없다. P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쿠로오는 저도 모르게 코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칼을 휘두르고 온몸의 힘을 실어 누군가의 살가죽을 수십 번씩 찌르고 베었다. 전신에 피칠갑을 함으로써 또 한 번, 쿠로오는 켄마의 몫이었던 죄를 필사적으로 저에게 가져왔다.

 

깊은 새벽에 나갔던 쿠로오는 동이 트고 다시 지고 난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했다.

 

"쿠로."

 

"켄마…? 안 자고 뭐해."

 

"잠이 안 와서."

 

불이 꺼진 거실에서 켄마의 음성이 들리자 방으로 향하던 쿠로오의 발걸음이 곧장 되돌려졌다. 어느새 암흑에 익숙해진 눈은 어렵지 않게 켄마를 찾아냈다. 조금 전에 샤워를 했는지 켄마의 머리끝이 젖어 있었다. 두 명분의 무게감에 소파의 쿠션이 푹 가라앉았다. 안정감을 주는 비누 향을 따라 손을 뻗던 쿠로오는 그대로 켄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쿠로오의 볼을 적셨다. 마치 눈물 같았다.

 

사람을 죽인 날에는 혹여 켄마에게 희미한 혈향이라도 베일까 잠도 따로 자는 것을 자처하던 쿠로오가 켄마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틈 없이 밀착했다. 그 품에서 안정을 찾듯 쿠로오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내일, P가 외출할 거야."

 

쿠로오의 몸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버티지 못한 -버티려고 하지도 않았던- 켄마가 그대로 소파 위에 쓰러졌다. 안정적인 무게감이 켄마의 위로 짓눌려졌다. 동아줄을 잡듯 쿠로오는 켄마의 손목을 애타게 붙잡았다. 꽤 욱신거리는 것이 내일이면 빨갛게 자국이 남을 것 같았다.

 

"또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샤워를 하고 갈아입었던 흰 티가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켄마는 쿠로오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제 심장박동을 그에게 들려주듯이 소중하게 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켄마, 나는……."

 

품에 파묻혀 웅얼거리는 쿠로오의 목소리를 들으며 켄마는 하얀색 알약을 입에 물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P가 수면제라며 나누어준 약이었다. 힘이 빠진 쿠로오의 손아귀에서 손목을 빼내고 그의 양 볼을 잡아 제 쪽으로 당겼다. 순순히 이끌려 온 쿠로오의 벌려진 입술 사이로 알약을 밀어 넣고 목 넘김이 느껴질 때까지 그를 놓지 않았다. 점차 약발이 돌기 시작하고 쿠로오의 몸이 켄마 위로 완전히 무너졌다.

 

쿠로오는 아마 악몽을 꿀 것이다. 늘 그래왔으니까. 켄마는 가여운 그를 두 팔로 끌어안아 토닥였다.

 

 

 

2.

 

켄마의 최초의 기억에는 쿠로오가 있었다. 예닐곱 살 즈음의 기억이었다. 어느 여름날 더위와 배고픔에 지쳐 이대로 말라 죽어버리자고 생각하며 건물 외벽에 기대 눈을 감고 앉아있을 때였다. 강한 햇빛에 찡그리고 있던 미간이 무의식적으로 펴지고 그제야 제 위로 그늘이 졌단 것을 깨달은 켄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태양의 역광에 한순간 시야가 어지러워져 간신히 초점을 맞추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제 또래처럼 보이는 한 남자아이, 쿠로오였다.

 

켄마에게 쿠로오의 첫인상은 이상한 아이였다. 제가 먼저 켄마를 구경하고 있었으면서 그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거리며 뒤로 한 걸음을 물러나 버렸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망가지는 않고 반걸음을 다시 앞으로 오며 주저앉아있는 켄마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진짜 이상해. 켄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 여기서 뭐해?"

 

"… 신경, 쓰지 마."

 

물을 마시지 못해 갈라진 켄마의 목소리에 쿠로오는 또다시 눈에 띄게 움칠거렸다. 안절부절못하는 쿠로오를 보며 켄마는 작게 한숨을 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발걸음이 멀어졌다. 그런 줄 알았다.

 

"… 왜 또 왔어."

 

"이거…!"

 

쿠로오가 건넨 것은 물이었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물. 낯선 거렁뱅이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는 여즉 없었기에 켄마는 못 미더운 눈으로 쿠로오와 물병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켄마가 물병을 건네받지 않자 쿠로오는 그의 발치에 내려놓고 그대로 뒤로 돌아 뛰어갔다.

 

쿠로오의 일방적인 공세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이제는 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짓밟아버리듯 그는 매일같이 켄마를 찾아왔다. 어느 날은 빵을 주고 또 어느 날은 과일을 줬다. 그렇게 석 달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켄마는 쿠로오에게 익숙해졌다. 가진 게 제 몸 밖에 없던 켄마에게 처음으로 소중한 것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쿠로오는 켄마의 일부가 되어버린 후 사라졌다.

 

하루를 기다리긴 쉬웠다. 기다림보다는 이젠 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드디어 맞은 것 같아 뿌듯했다. 어린아이의 괜한 자존심이었다. 이틀이 지나자 조금은 공허했다. 낯을 가려 어색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쉴 새 없이 켄마에게 말을 건네던 쿠로오의 목소리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흘이 지났다. 매일 오겠다던 약속을 깨버린 쿠로오가 미워질 것 같았다. 와중에 겨울이 코끝까지 다가왔는지 날은 귀신같이 추워졌다. 닷새가 지나도 쿠로오는 보이지 않았다. 시린 발끝을 손으로 잡으며 쿠로오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았다. 꼬박 이레가 지났다. 쿠로오가 나타났다.

 

"켄마!"

 

"……."

 

저를 향해 뛰어오는 쿠로오를 부르고 싶었지만 그가 없는 이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탓에 목소리가 꼭 잠겨 나오질 않았다. 켄마의 눈빛에 원망 비슷한 것이 어렸다. 이에 용서를 구하듯 쿠로오가 거두절미한 채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랑 같이 가자!"

 

그리고 그것은 쿠로오가 저지른 첫 번째 죄였다.

 

켄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쿠로오는 이미 P에게 거두어진 아이였다. 죄를 저지르기엔 아직 너무 어리기에 잠시 풀어주었던 찰나 쿠로오가 켄마를 발견한 것이다. 한두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인연이 기약 없이 길어진 것을 P가 눈치채기까지 석 달의 시간이 걸렸고 쿠로오는 일주일간 감금당하는 벌을 받았다. 바깥에서 이어진 인연을 달가워하지 않는 P는 쿠로오가 만난 이가 길거리의 고아라는 것을 확인한 후 그에게 벌을 내렸다.

 

'그 아이 데려와.'

 

'여기에요? 켄마 데려와도 돼요? 켄마도 같이 사는 거예요?!'

 

P는 더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긍정으로 알아들은 쿠로오는 신이 나서 그대로 뛰쳐나갔다. 그때 그는 P가 켄마를 데려오는 것을 왜 죄라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시, 싫어요…! 내가 왜!"

 

"쓰레기통에서 죽어가는 애새끼 데려와서 밥 처먹이고 잘 곳까지 내어줬으면 값은 치러야지."

 

"악! 이거 놔! 그냥, 그냥 따라오면 살 수 있다고 했잖아!"

 

"아니면, 저놈한테 시킬까?"

 

P의 손아귀에 잡혀 버둥거리던 쿠로오의 모든 행동이 멈추었다. P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그의 시선 끝에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켄마가 맺혔다. P가 아닌, 쿠로오 자신이 이곳에 데려온 아이가 서 있었다.

 

"… 켄마."

 

"계획 없이 데려온 것치곤 눈치도 빠르고 영리해. 거기 쥐새끼, 니가 찌를래?"

 

"… 내가-"

 

"내가 할게!"

 

다급한 외침이었다. 이어진 목소리는 흠뻑 젖어 볼품없이 떨렸다.

 

"… 제가, 죽일게요."

 

고작 14살의 쿠로오였다. 켄마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 것, 켄마의 죄를 제가 감당하는 것. 이것은 쿠로오가 켄마에게 속죄하는 방법이었다.

 

 

 

겨울이 올 즈음이면 쿠로오는 늘 켄마 앞에 무너진 채로 그날의 자신을 모질게 죽였다. 절대 자신을 용서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수십 번씩 되뇌며 절망하고 후회했다. 쿠로오는 아직 어린 날의 겨울 속에 갇혀있었다.

 

"너는, 너를 데리고 오면 안 됐어… 켄마 너는……."

 

"쿠로, 나 봐."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하지 마… 미안해 켄마, 미안……."

 

"… 고개 들어줘. 얼굴 보고 싶어."

 

"따라오지 말았어야지… 이상한 애라고, 끝까지 생각하면서 무시했어야지……."

 

"……."

 

"내가 너한테 말만 안 걸었어도 네가… 여기서……."

 

부드럽게 움직인 켄마의 손에 의해 바닥에 꽂혔던 쿠로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눈물로 범벅된 꼴에 속이 아팠다.

 

"그때 나를 모른 척했다면 난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을 거야."

 

"……."

 

"쿠로, 난 지금까지 살아있어."

 

"……."

 

"이제 난 어디든 쿠로를 따라갈 거야. 그때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습한 시선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쿠로오의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식은땀과 눈물에 흠뻑 젖은 채 속죄하듯 켄마의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쿠로오는 그의 얇은 손가락을 타고 넘어오는 알약을 입에 머금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똑같이 약을 삼킨 켄마는 쿠로오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덧그리다가 그처럼 눈을 감았다.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일어나면 두 사람은 기억 속에서 모든 것을 지웠다.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수십 번이 넘도록, 그 끔찍한 순간들을 그렇게 도려냈다.

 

 

 

3.

 

어느덧 12월의 절반이 지났다. 이번 해에는 초겨울부터 유독 눈이 자주 내렸다. 반나절 만에 발목까지 쌓이는 날은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한 채 안에 꽁꽁 묶여있어야만 했다. 오늘이 그러했다.

 

"켄마, 감기 걸려. 문 닫자."

 

"답답해서 잠깐 열었어. 5분만."

 

가끔 눈발이 집 안으로 날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켄마는 열린 창문 앞에 뿌리를 내렸다. 그가 추위에 약한 것을 알기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쿠로오는 이내 커다란 요를 켄마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두 사람을 감싸 안고도 충분히 남은 요는 앞으로 끌어와 시린 발끝을 덮었다.

 

곧 다가올 성탄절을 준비하는 듯 바깥에서는 가끔 캐럴이 들려오곤 했다. 물씬 풍기는 연말의 분위기 속에 두 사람은 말없이 눈 내리는 배경을 바라보았다. 코끝에 다가온 찬 공기가 느껴지면 10년도 더 지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쿠로오의 고질병이었다. 켄마의 용서에도 쿠로오는 그 죄책감 속에서 결코 구원받을 수 없었다.

 

"앗…!"

 

대뜸 쿠로오가 켄마를 끌어안은 채 뒤로 쓰러졌다. 켄마는 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뜨거운 숨을 뱉는 느낌이 이상해 작게 버둥거리다 이내 잠잠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파묻혀 있기를 몇 분, 품속에서 쿠로오가 웅얼거렸다.

 

"얼마 안 남았어."

 

저에게로 떨어지는 켄마의 시선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일주일 뒤면 크리스마스고 또 일주일이 지나면 올해가 끝나."

 

"응."

 

제 허리를 감싸 안은 쿠로오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켄마도 그에 보답해 쿠로오를 있는 힘껏 끌어안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쓸어주었다. 큰 숨을 한 번 들이킨 쿠로오가 두 손으로 바닥을 지탱해 켄마로부터 몸을 떼어냈다.

 

"같이 도망칠까?"

 

"……."

 

"아니야. 둘이 같이 없어지는 건 위험부담이 커.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먼저 도망갈래? 난 좀 있으면 나갈 수 있으니까……."

 

어느새 어두워진 바깥에 켄마를 내려다보는 쿠로오의 표정이 잘 보이질 않아 손을 뻗으니 그의 뺨에 닿았다. 켄마의 대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 여기에 너만 혼자 남겨두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잖아."

 

쿠로오의 목소리에 실소가 섞여들었다. 18살 이하의 아이들은 어떠한 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이 마을에서 쿠로오는 18살의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올해가 끝나면 켄마는 이곳에 홀로 남게 된다. 어느새 서로 얽힌 손가락이 옴질거렸다. 사이사이를 파고들고 으스러뜨리기라도 할 듯 힘을 꽉 주어 잡아보기도 했다. 시간을 벌어보기라도 하려는 듯한 작은 움직임이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켄마는 대답하는 대신 몸을 일으켜 쿠로오의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침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 쿠로오의 시선이 꽂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켄마의 손에 작은 약통 하나가 들려 나왔고 쿠로오는 그 약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도망은 너무 막연하고 불안해."

 

제 손에 쥔 약통을 바라보며 켄마가 말했다. 시선을 맞추기 위해 쿠로오도 몸을 일으켰다.

 

"꽃잎을 뜯으니까 피가 흘렀어."

 

"……."

 

"기괴하지도 무섭지도 않고 그냥 편안했어. 꽃이 피를 흘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켄마."

 

끝없는 악몽에 쫓겨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P가 수면제라며 건네준 약, 그 안에는 환각제가 섞여 있었다. 켄마 대신 죄를 저질렀을 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 P가 쿠로오에게 먹였던 약이었다. 약을 먹은 아이들은 죽임을, 피를, 비명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켄마의 작은 손바닥 위로 하얀색 알약이 가득히 떨어졌다.

 

"내가 말했잖아. 쿠로가 어디를 가든 따라가겠다고. 지옥이든 낙원이든."

 

"……."

 

"진짜, 마지막이야."

 

두 사람의 마지막 범죄.

 

P가 대상이다.

#후기

안녕하세요 소리입니다^_^ 정말 다행히도 합작을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전 너무 후련하고 행복해요.. 하이큐 입덕하고 첫 합작 참여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소재를 한 대여섯 번은 갈아엎은 것 같네요ㅠㅠ 그러다 각잡고 쓴 소재가 너무 어려워서 또 엎을 뻔했지만..^^ 아니 합작 열심히 마감하는 도중에 참가 리스트 나와서 봤는데 진짜... 이런 복작복작한 규모의 합작을 처음 해봐서 너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마이너에서만 진탕 구르다 와서 아직 메이저가 어색하답니다..^^... 아 그리고 괴담에 대한 내용은 제 포스타입에 발행할 때 약간의 해설을 첨가했으니까 같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0< 합작 주최해주시고 멋진 작품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저희 이제 평생 쿠로켄 해야 해요 놓칠 수 없어 쿠로켄러... 

 © 2020.08.19 Kuroken Flower Collaboration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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